세계 1위 손톱깎이 생산 업체였던 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상속세로 인해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바람에 적자기업으로 전락했어요. 상속세가 얼마나 되기에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했을까요?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인데요. 무려 재산 가액의 최대 50%에 이르기 때문이죠. OECD 회원국에서는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비율인데요. 만약 최대주주 할증 과세 20%를 합산할 경우 60%에 이른답니다.
그래서 현행 상속세 체계를 따를 경우 '가업을 물려주기가 겁난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입니다. 앞서 말한 쓰리세븐의 일화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사망 당시 상속세가 '12조'에 이르렀던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죠.
🗯️유명무실한 가업상속공제
그러면 한국에서는 상속 자체가 불가능한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국에도 '가업상속공제'라는 상속 제도가 있거든요.
이 제도에 따르면 가업을 잇는 상속인이 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데요. 가업을 잇는 사람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중소기업 등을 이어서 경영할 경우 가업 상속재산 액수의 100%, 최대 500억 원을 공제해 줍니다.
문제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사후관리 규정이 매우 깐깐하다는 사실. 한국경제연구원에 의하면 2016~2020년 가업상속공제 건수는 연평균 92건에 불과했으며, 총 공제금액은 2,866억 원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기업당 최대 500억 원을 공제해 줄 수 있다고 했는데 '총 공제금액'이 3,000억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 만하죠.
🔎2023년 세법 개정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러한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의 상속에 대한 불만을 정부에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 2023년 세법 개정안에는 '가업 승계'에 대한 수정안이 포함되어 있어요. 심지어 그 내용은 매우 파격적입니다.
그러니 가업 승계 상속을 고려하고 있는 대표님이라면 '확 바뀌는' 가업상속공제에 대해 반드시 알아두어야겠죠? 2023년 적용 세법 개정안에서 가업상속공제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함께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1)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이 확대됩니다.
지금까지 기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기업은 중소기업 및 매출액 4,000억 미만 중견기업이었어요. 따라서 매출액이 4,000억이 넘는 중견기업 및 대기업은 혜택 대상에서 비껴 나 있었는데요.
개정안에서는 1조 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상향되었답니다. 따라서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견기업은 가업상속공제를 적용 받을 수 있게 됩니다.
2) 가업상속공제 한도가 확대됩니다.
적용 대상뿐만 아니라 가업상속공제 한도 또한 두 배로 확대되었어요. 현행 세법에서는 앞서 말했듯 기업당 최대 500억 원을 공제해 주었는데, 개정안에서는 최대 1,000억 원까지 공제 한도가 확대되죠.
3) 피상속인 지분 요건이 완화됩니다.
피상속인이 가업을 이으려면 가업 상속 대상 기업의 최대주주거나 지분 50%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했어요. 그러나 외부의 투자를 받는 기업의 경우 지분율 50%를 유지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는데, 개정안에서는 '지분 40% 이상 보유'로 요건이 완화되었습니다.
4) 사후관리 기간이 단축됩니다.
가업상속공제로 상속세를 감면 받은 후 사후관리 요건을 위배한 기업은 감면 받은 세금을 도로 뱉어야 했죠. 이러한 사후관리 기간이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될 예정이에요.
5) 업종 변경 범위가 확대됩니다.
기존 세법에서는 가업 상속을 받은 경우 업종 변경이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제조업 기업을 상속 후 도소매업으로 변경할 수 없었는데요.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가업 상속을 받은 업종을 대분류 내 변경이 가능하도록 변경됩니다.
6) 고용유지 의무가 완화됩니다.
기존 세법에서는 가업 상속 후 매년 정규직 근로자 수를 80% 이상 유지하거나 총 급여액의 80% 이상을 유지해야 했으며, 7년 통산 정규직 근로자 수는 100% 이상 또는 총 급여액의 100% 이상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고용 유지 의무가 그동안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발목을 잡는 주요한 이유였는데요.
개정세법안에서는 '매년 정규직 근로자 수를 80% 이상 또는 총 급여액의 80% 이상 유지' 의무는 삭제되었고, 가업 승계 후 5년 통산 정규직 근로자 수 또는 총 급여액의 90%만 유지하도록 요건이 완화됩니다.
7) 자산유지 의무가 완화됩니다.
마찬가지로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걸림돌이 되었던 자산유지 의무. 가업 상속 후 가업용 자산 20% 이상 처분을 제한하는 의무였어요. 가령 제조업 기업이 가업 승계 후 자사 공장을 500억 원에 매각한 경우, 반드시 400억(500억 X 80%)을 투자해 가업용 자산을 취득해야 했죠.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자산유지 의무가 40%까지 완화되어서, 300억(500억 X 60%)만 가업용 자산에 투자하면 됩니다. 나머지 200억에 대해서는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가업상속공제가 얼마나 변화하는지, 감이 좀 잡히시나요? 척 보기에도 상당히 파격적인 변화를 맞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유명무실했던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많아져서, 시장경제가 좀 더 활발하고 자유로워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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