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김도진 대표(장동건 役)는 자신의 직원이 거래처에게 해코지를 당하자 거래처에 똑같이 응대한 뒤 직원에게 이렇게 말하죠.
"니가 나보다 월급이 적은 이유가 뭔지 알아? 이런 일 있으면 나한테 고자질하고 내 뒤에 숨어도 된다는 뜻이야. 나는 그거 해결하니까 월급 많이 가져가는 거고."
'사장이 직원보다 월급이 많은 이유'라며 많은 이들이 이 대사를 명대사로 꼽았는데요. 그런데 궁금하긴 합니다.
과연 대표의 월급은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요? 무조건 직원보다 많이 받으면 될까요? 아니면 똑같이 월급 받는 처지니까, 그래도 비슷하게 책정하는 게 좋을까요? 또, 대표의 월급은 누가 책정하는 걸까요?
💸대표이사는 원래 '무보수'가 원칙
의외로 대표이사는 '무보수'가 원칙입니다. 법률상 대표이사를 포함한 등기이사는 회사와 위임관계에 있으므로, 특별한 약정이 없는 이상 보수를 청구할 수 없어요. 만약 대표이사가 마음대로 월급을 정할 수 있다면, 능력에 걸맞지 않게 과한 보수를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 대표이사는 회사를 위해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걸까요? 당연히 그건 아닙니다. 법에서 정한 이사의 보수는, 바로 '정관'에 따라 정하거나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할 수 있어요.
📙상법 제388조(이사의 보수)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 |
정관은 회사의 설립이나 조직, 업무 활동에 대한 규칙을 설명한 문서입니다. 한 회사의 '법률'이나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에 아예 이사의 보수를 못 박거나,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보수를 얼마로 하겠다고 정할 수 있는 것이죠.
다만 이사의 보수를 정관에서 정해두면 나중에 정관을 개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보통은 이수의 보수액을 정관에서 공개하진 않아요. 대신 주주총회에서 보수 한도를 정하고, 구체적인 액수는 이사회 협의를 통해 확정합니다.
💰그래서 얼마를 주면 되는 거죠?
정관 또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의 월급을 결정하므로 당연히 ‘대표이사 월급의 기준’ 따위는 없습니다. 직원보다 많이 받아도 되고, 적게 받아도 돼요. 물론 보통은 일반 직원보다 많이 받는 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많이 줄 수는 없어요. 바로 세법에서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인데요.
세법에서는 ①올바른 절차에 따라 ②실제 수행한 업무의 대가에 합당한 수준의 금액을 ③세법상 손금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지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절차와 정당성을 지키면서 업무 수행에 적정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죠.
이는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원리와 똑같습니다. 근로 제공을 한 만큼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죠. 만약 대표이사가 제공한 근로에 비해 과도한 금액을 월급으로 줄 경우, '업무상배임죄'로 형사 처벌을 당할 수도 있어요.
🪧대표이사 적정 월급 찾기 3단계
대표이사의 적정 월급을 찾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볼까요?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1단계: 회사의 순이익 찾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회사의 매출과 비용을 파악하는 일이에요. 아시다시피 {(순이익) = (매출) - (비용)}인데요. 순이익이 300만 원밖에 안 되는 회사에서 법인 대표에게 400만 원씩 월급을 준다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죠?
특히, 예상 매출액과 예상 비용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합니다.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면 순이익에 비해 법인 대표에게 주는 월급이 조금 많아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 순이익보단 적게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 법인세와 소득세 비교하기
다음으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비교합니다. 만약 법인세를 많이 내야 한다면, 대표의 월급을 늘려 비용 처리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물론 소득세를 내야 하긴 하지만, 똑같은 금액이어도 법인세보다 소득세가 조금 덜 내는 구간이 있어요.
3단계: 대표 월급 책정하기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합리적으로' 대표의 월급을 책정할 수 있습니다. 단, 조금은 낮게 책정하는 게 좋은데요. 일단 급여를 정하면 바꾸기 어렵고, 회사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까요.
게다가 국민연금보험료는 1년에 한번 정하기 때문에, 주주총회 등에서 대표 월급이 삭감되어도 보험료는 동일하게 내야 하죠. 회사가 계속 성장하리라고 확신하지 않는 이상, 가급적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게 현명합니다.
대표의 보수를 어떻게 정하면 좋을지 이제 감이 오시나요? 너무 많아서도 안 되겠지만, 세금을 생각하면 너무 적게 정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어쨌든 '적정한' 월급이 가장 좋다는 사실! 회사의 매출과 비용을 생각하며, 가장 적정한 지점을 찾아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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