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마이씨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 내용은 이러합니다. 김마이씨는 사업자등록 후에 사업용계좌를 개설해서 쓰라는 안내를 누군가로부터 받았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검색 찬스를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국세청에 사업용계좌를 신고해야 한다는 글을 발견했는데, 그 신고기한이 당장 이번 6월 말까지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신고 기한을 놓쳐버리면 가산세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하니 급한 마음에 전화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저는 상황 설명하랴 사과하랴 정신없어 보이는 김마이씨를 우선 진정시켰습니다. 그리고 아주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씀드렸죠. "걱정 마세요, 김마이씨! 김마이씨는 해당사항 없어요!"
■ 사업용계좌 신고 대상 | 신고 기한 | 미신고 가산세
▶ 사업용계좌란?
말 그대로 사업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계좌를 말합니다. 사업을 하며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의 입·출금을 사업용계좌를 통해 진행하며, 사업과 관련 없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법인사업자에게는 법인 명의로 발급받는 법인통장이라는 것이 있듯이,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는 사업용계좌를 개설하여 사업을 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사업용계좌 신고 대상
사업용계좌를 개설한 후 국세청에 해당 계좌를 등록하는 것을 '사업용계좌 신고'라고 합니다. 법인계좌는 발급과 동시에 국세청에 자동으로 등록되는데, 개인 사업용계좌는 그렇지 않기에 자진신고가 필요합니다.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 모두가 신고 대상인 것은 아니며, 그들 중 복식부기의무자만 사업용계좌를 개설하고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복식부기라는 단어는 지난 두 번째 시리즈에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혹시 기억하실까요? 개인사업자는 매출규모나 업종에 따라서 복식부기를 의무적으로 작성하기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복식부기인지 뭐시기가 사업을 함에 있어 참 중요한 단어인 것 같죠? 이쯤 되면 본인이 복식부기 의무자에 해당되는지 굉장히 궁금하실 것 같기에 그 기준을 그림으로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위 그림에서 해당되는 사업이 없으실 경우 아래 표를 참고해주세요!
각자 직전연도 수입금액이 얼마인지는 모두 알고 계실 테니 복식부기 의무자인지 여부를 개인 스스로도 판단할 수 있지만, 판단이 잘 안되시는 분들은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시 홈택스에서 본인의 신고 유형을 확인하면서 아실 수도 있습니다. 혹은 세무서로부터 복식부기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라는 통지가 발송될 텐데요, 그 통지를 받으시는 분은 '아, 나는 복식부기 의무자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 쉽죠?
자, 그럼 제가 김마이씨에게 왜 해당사항이 없다고 했는지 아시겠나요? 김마이씨는 2019년도에 사업을 개시했으며 현재 복식부기 의무를 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업용계좌 신고 대상자가 아닙니다.
▶ 사업용계좌 신고 기한
해당하는 과세기간의 개시일부터 6개월 이내에 사업용계좌를 신고하실 수 있습니다. 이게 뭔 소리야 하시는 분들을 위해 조금 더 풀어서 말씀드리자면, 2018년도 수입금액 기준으로 2019년 현재 복식부기 의무를 가지는 사업자는 과세기간의 개시일인 19년 1월 1일부터 6개월 이내인 19년 6월 30일까지 사업용계좌를 신고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6월 30일은 주말이므로 그 다음 영업일인 7월 1일까지 신고를 진행하시면 됩니다.
아, 이미 신고했던 사업용계좌는 또 신고하실 필요 없습니다. 한 계좌에 대해서 한 번씩만 신고해주시면 됩니다. 단, 사업용계좌는 사업장별로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혹시 하나의 계좌를 2개 이상의 사업장에서 사용하고 계시다면 동일한 계좌를 사업장별로 각각 신고하셔야 합니다.
※ 사업 개시와 동시에 복식부기 의무자인 사업자
전문직사업자는 수입금액과 상관없이 무조건 복식부기 의무를 가집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2019년도에 사업을 개시한 전문직사업자 계실까요? 이 분은 그럼 개시하자마자 복식부기 의무를 지니까 이번 신고기한까지 신고를 하셔야 하는 걸까요? 정답은 "No" 입니다. 사업을 개시함과 동시에 복식부기 의무를 지는 사업자는 '다음' 과세기간의 개시일부터 6개월 이내에 사업용계좌를 신고 하시면 됩니다. 즉, 2020년 6월 30일까지 신고하실 수 있습니다.
※ 사업용계좌를 변경하거나 추가한 경우
만약 예전에 신고했던 계좌를 변경하셨거나, 다른 사업용계좌를 추가로 개설하셨다면 그 사유가 발생한 과세기간의 종합소득세 신고기한까지 계좌를 변경하거나 추가 신고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 6월에 사업용계좌를 신고했고, 2019년에 다른 계좌를 추가로 개설하셨다고 한다면, 2019년도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기한인 내년 2020년 5월 31일까지 추가 계좌에 대해서 신고를 진행하시면 된답니다.
▶ 사업용계좌 미신고 가산세
사업용계좌를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아래 2가지 중에 큰 금액을 미신고 가산세로 납부하셔야 합니다.
① 사업용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기간 동안의 수입금액 x 0.2%
② 사업용계좌를 사용하지 않은 거래대금의 합계액 x 0.2%
여기서 ②번 계산식으로 '사업용계좌 미사용 가산세'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미사용 가산세는 미신고 가산세와는 또 다른 가산세 항목입니다. 복식부기 의무자들은 '사업용계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가산세를 부담하는 것입니다. 대상자이신 분들은 서둘러 사업용계좌를 개설한 후 신고하셔야겠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복식부기 의무자가 아니면 사업용계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나요?
김마이씨는 사업용계좌 신고 대상자가 아니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사업용계좌는 언제쯤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하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지금 당장이요!"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복식부기 의무자가 아니더라도 사업용계좌를 사용하는 것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1. 증빙 불비 시 입증 편리
우리는 매입거래를 할 때 거래상대방에게 세금계산서 등을 요구하곤 합니다. 이는 사업을 하면서 지출한 비용이 맞음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대금을 지급하면서 부담했던 매입세액을 부가세 신고 시 공제받기 위해 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거래를 할 때는 법적으로 인정된 증빙서류를 발급받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사업을 하다 보면 부득이하게 그런 서류를 발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적격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한 것에 대한 가산세를 부담하고, 사업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 증빙도 없이 '사업 비용으로 사용한 것이 맞다'라고 주장을 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겠죠? 법인이라면 법인통장에서 지출된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데,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는 세무서로부터 비용을 부인 당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그래서 사업용계좌가 필요합니다. 사업용계좌로 지출한 내역이 있으면 입증이 보다 편리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사업용계좌로 지출한 내역이라고 모두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아무 증빙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계좌로 출금한 내역을 사업 비용으로 인정받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습니다. 사업과 관련된 입출금은 사업용계좌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2. 거래흐름 파악 용이
사업에 필요한 입출금을 개인계좌로 진행한다면, 사업상 거래와 개인 거래내역이 섞이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매일 통장 내역을 관리하신다면 하나하나 구분하실 수 있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개인적인 내역과 사업 목적의 내역을 구분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업용계좌를 사용하여 사업상 거래내역만 따로 분리할 수 있어야 실질적으로 매출은 얼마나 발생했고, 비용은 얼마나 지출되었는지 파악하기가 용이합니다. 거래 흐름을 잘 파악할 수 있어야 사업을 보다 잘 관리하실 수 있겠죠?
3. 거래내역 누락 방지
혹시 세무대리인을 통해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때 어떤 자료를 제출하셨었나요? 세무대리인은 고객의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해서 사업용계좌 내역을 요청합니다. 개인계좌 내역까지 확인하는 세무대리인은 많지 않습니다. 애초에 세무대리인이 개인계좌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계좌로 입출금 된 거래내역은 실제 발생한 매출과 비용임에도 세금신고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저는 사업용계좌에 대해 물어보는 주변 지인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당장은 신고 대상자가 아닐지라도 사업용계좌를 개설해서 사용하고, 국세청에도 미리 신고해 놓으라구요. 그래서 김마이씨에게도 그렇게 당부드렸습니다. 실천력 빠른 김마이씨는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은행으로 달려가셨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사업용계좌 개설해서 사업을 보다 꼼꼼하게 관리하시고, 국세청에도 미리 등록하여 혹시 모를 가산세도 부담하지 않도록 하셔요. 아, 사업용계좌 개설하러 은행 가실 때 사업자등록증 가져가는 거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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